1. 이 책을 읽게 된 상황
정말 어릴 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어렸을 적 나이가 5 ~ 6살이었는데, 그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내가 나를 떠올려 보았을 때 정말 천방지축에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는 개구쟁이였고 활발한 아이였다. (분명 1학년 입학은 국민학교로 입학했는데 2학년 때쯤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뀌었음. 이 글을 적으며 생각해보니 아마 그때 당시의 흐름과 나의 상황이 맞물려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또랑또랑 한 개구쟁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내성적인 아이로 변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점점 달리기도 느려지고 평소에 잘하던 것들도 하지 못하게 되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생각으로 인하여였는지 아마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고 눈치도 많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는 몇 명 정해져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도 과연 나를 친하게 생각했었던 건지 그냥 나는 나, 너는 너의 형식으로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때부터 내성적인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계속 살아오게 되었는데, 성격이 이렇다 보니 매사에 조심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물쭈물 성인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살면서 슬럼프라는 것은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어쩌면 매일매일 마주하게 되는데 나는 몇 달 전 만해도 그러한 슬럼프를 극심하게 겪으며 지내왔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이 슬럼프와 마주 하였을 때 이겨내는 데에 많이 힘듦을 느꼈고 또, 내성적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는데 아마 그렇다면 어렸을 때의 교육이 잘못되었었거나 나 스스로가 잘못 받아들였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내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다져야 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어떤 분이 말하길 '슬럼프는 그만큼 내가 달려왔고 열심히 했기에 겪는 것이다. 그것만 지나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라는 것이었다. 그 말이 많은 힘이 되었다.
알고 있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입으로 전해 들었을 때 조금 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저런 침체되어있는 시간들을 겪으며 나름의 슬럼프 극복 방법이 터득되었는데 그랬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는 슬럼프 퇴치법에 대한 나의 방법을 소개해볼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는 내가 책에 매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순간 책의 내용으로 인해 내 감정이 기뻤다가 슬펐다가 우울했다가 행복했다가 감사함을 느꼈다가 하는 순간들이 오락가락 많아 짐에 따라 어떤 책을 읽느냐가 나에게 슬럼프를 겪게 하기도 하고 거기서 빠져나오게 하기도 하며 좌지우지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나의 상황에 따라, 성격에 따라, 경험에 따라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삶에 큰 도움이 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어느 정도 책을 읽게 되면서 더 재미있는 작품을 찾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 배가본드, 베르세르크를 같이 번갈아가며 읽는 상황이었고 둘 다 거의 완독을 했을 때 갑자기 극한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었던 것 같다. 슬럼프의 이유는 두 작품 모두가 다 무거운 작품이었고 어둡기도 했는데 상당히 몰입도가 좋은 명작이었어서 그 뒤에 읽을거리를 찾지 못해서 힘들었던 것 같았다.
배우들이 한 작품을 끝내고 혹은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내려올 때 허무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것처럼 아마 나도 그 작품들에게 심하게 몰입되어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서 그랬는데, 이때는 그만한 수준의 다른 작품을 읽어줘야 거기서 나올 수 있거나 아니면 다른 장르의 밝은 책을 봐야 했었다. 그래서 그때 이 책을 찾게 되어 중고 세트로 주문을 하고 읽게 되었는데 바로 '빈란드 사가'이다.
빈란드 사가는 그다지 밝은 작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 책으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내가 침체되어 있었던 이유는 베르세르크, 배가본드 두 작품에서 그 주인공들이 말하고자 하는 최고의 고수란, 진정한 고수는 어떠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성장했는지 어떠한 과정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그런 것을 굉장히 심도 있게 파헤치며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완결된 상태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용 중에 이미 거기에 대한 서술이 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했는지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계속 나름의 해답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은 것 에 대한 답답함과 거기에 걸맞은 책을 찾지 못해 슬럼프가 온 것인데 그 사이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2. 만화 줄거리
빈란드 사가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고 먹고사는 조직인 바이킹에 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아이슬란드니 노르드인 이니 거기서 나오는 무슨 란드, 반도들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은 원래도 몰랐고 읽고 난 뒤에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애초에 바다나 배, 무역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보니 읽을 때에도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대충 읽었다. 만화의 흥미로운 요소를 말해보자면 그런 바다의 이야기 속에서 어떠한 캐릭터들이 무슨 삶을 살아가느냐인데,
처음에 어느 대륙인지 반도인지 모를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거기에서 조그마한 집을 짓고 살아가는 한 가족이 나온다. 그 가족 중 아버지는 '토르즈'이고, 그의 아들은 '토르핀'이라 하는데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아빠와 아들의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데 중간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비슷한 이름이 많아 헷갈리기 십상이다.
만화 전권을 그 당시 나온 것까지 다 샀는데 22권이 끝이었다. 끝까지 다 읽었음에도 나의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이 두 사람뿐인 것 같다. 물론 재미있는 악당인 토르켈과 아셰라드도 흥미로운 캐릭터이긴 하다.
항상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며 가족을 두루 살피고 남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토르즈는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인 토르핀이 친구들과 나무로 만든 칼로 전쟁놀이를 하다 시비가 붙어 다투고 돌아온다. 또 창고에 있는 아버지가 숨겨둔 진짜 칼을 들고 아버지에게 전사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 아버지인 토르즈는 말한다. '왜 전사가 되려 하느냐' ,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너에게 다쳐야 할 사람은 없다'라고. 이런 뉘앙스의 대사를 하는데 의미심장했다.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어떠한 군단인 배가 등장하게 되고 '욤의 전사단'이라고 하는 군대가 토르즈를 찾게 된다.
군단을 이끌고 온 대장이 토르즈에게 머리를 숙이며 모시러 왔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토르즈는 바다에서의 전쟁을 휩쓸고 다니는 '욤의 전귀'라 불리던 굉장한 초고수의 전사였던 것이다. 어떠한 자초지종으로 인하여 토르즈는 자신의 '전사의 길'을 접고 몰래 욤을 떠나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이었는데 도망간 그를 다시 복귀시키려고 잡으러 온 것이었다.
그들은 토르즈에게 협박을 한다.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싫으면 같이 가는 게 좋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하고 거기에 토르즈는 알겠다고 순응한다. 토르즈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몇 명과 함께 길을 가려고 하지만 아들인 토르핀이 몰래 배에 잠입하여 같이 출항하게 되고 가다가 목적지 중간에서 악당 용병인 아셰라드를 만나 대결에서 이기지만 토르핀이 잡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바람에 토르즈는 토르핀이 보는 앞에서 모두를 구하고 대신 죽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죽기 전에 토르즈가 한 대사와 모습들이 이 만화의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토르즈는 '진정한 전사란 무엇인가' , '진정한 전사는 검이 필요 없다.' 등등 정말 멋진 대사를 남기는데 만화책이 끝날 때까지 토르즈의 진정한 전사가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조금은 알 것 같긴 한데 완결을 봐야 알 것 같다.
아무튼 토르즈는 죽고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어버린 토르핀은 어린아이의 신분으로 아셰라드를 죽이겠다고 복수하겠다고 덤벼들지만 연약한 몸으로는 어쩔 수 없다. 그리하여 아셰라드의 비겁함으로 인해 토르즈가 죽었기 때문에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어린 토르핀을 복수라는 빌미로 거두게 된다. 토르핀에게는 '네가 커서 나와 대결을 해 복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나와 같이 지낼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같은 용병단에서 시키는 일을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한 명목으로 토르핀을 거둬들인다.
이렇게 토르핀 삶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토르핀이 점점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하고 하신 말씀을 깨닫게 되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3. 아쉬운 점
토르핀이라는 캐릭터가 처음과 중반까지는 계속 철부지에다가 복수를 하고자 하는 마음만 표출되어 캐릭터성이 전혀 없고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셰라드가 죽고 난 뒤부터 갑자기 아버지인 토르즈의 모습이 점점 보이게 되는데 그때부터가 재밌다. 하지만 재밌는 순간부터 22권까지의 권수가 몇 권 없어서 아쉽다.
또, 아버지인 토르즈의 이야기를 많이 읽고 싶은데 내용이 너무 적고 1권인가에서 미리 세상을 떠나버려서.. 많이 아쉬웠다.
4. 추천 대상자
만화 원피스와 비슷한 느낌의 만화를 찾으시는 분들.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은 분들이나 그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
바이킹에 대한 역사공부를 재밌게 하고 싶으신 분들.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
5. 유사한 작품
그림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동글동글하고 아기자기한 맛과 작가 특유의 그림체가 표현되어 참 좋긴한데 캐릭터들의 모습이 약간 다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또, 강철의 연금술사나 드래곤볼의 그림체와도 비슷한 것 같아 이런 유의 그림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한다.
베르세르크, 배가본드, 바람의 검심, 사무라이 디퍼 쿄우, 원피스 등 검을 쓰는 대결구도의 만화
'빈란드 사가' - ★★★☆
'책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작가님이 그린 '아르슬란 전기'는 무엇인가 (0) | 2022.12.09 |
---|---|
정비석의 '소설 초한지'는 '삼국지'와 비교했을때 어떤작품인가 (0) | 2022.12.08 |
김용의 '신조협려' 는 영웅문 시리즈에서 최고였다. [스포有] (0) | 2022.12.06 |
김용의 '사조영웅전'은 나를 책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0) | 2022.12.05 |
'강철의 연금술사'는 주술사인가 마법사인가 [스포有] (0) | 2022.1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