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인 상황과 견해
이 책을 읽게 될 당시의 상황을 말하자면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을 읽고 난 후였는데 정비석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 혹시 다른 책들도 쓰셨을까 검색을 해보았다.
역사와 관련해서 고전 느낌이 물씬 나는 책들을 많이 출간한 것을 확인 후 속으로 기뻐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읽은 책이 30권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루하지 않고 쉬운, 책과 친해지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덜컥 샀다가 괜히 돈만 날리는가 싶어 무작정 근처 도서관을 뛰어가 보았는데 앞 권수들이 없고 4, 5권만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단 느낌만 보자며 4권짜리부터 읽었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기다렸다가 인터넷으로 책이 다시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확인 후 1권을 빌려보았는데 손자병법보다 2~3배는 더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1권을 빌려서 다 읽지도 못하고 다시 반납해야 되는 상황에 있어 나는 그냥 새책으로 전권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 책은 나중에 두고두고 반복해서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책이 도착하여 그 표지를 만져보았는데 도서관에 꽂힌 책을 대할 때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었다. 깔끔한 누런 표지에 안에는 백색 종이에 까마득한 글이 나의 책이라는 소유 감을 주기도 했다.
기쁜 마음에 읽던 곳부터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였는데 한 3권쯤 가니 슬슬 지루해졌다. 이건 절대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구력이 부족한 탓에, 한 가지에 진득이 붙어있지 못하는 성격에서다. 읽는 속도도 느리다 보니 마음처럼 내용들이 내 안에 들어오지 못함을 느껴 다른 책을 읽었다가 다음번에 볼 때는 끝까지 완독 하였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서술해보자면 손자병법에 이은 작품이어서였는지 훨씬 더 내용과 구성 부분에서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게 아니라면 평소의 '초한지'에 대한 나의 궁금증, 또는 처음 시작이 진시황의 탄생 배경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들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책 중간에 나오는 여러 왕궁 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나 혹은 자극적일 수도 있겠지만 왕실 내부에서나 밖에서나 그 시대 때의 남녀 간의 야한 몸의 대화들이 눈길을 끌었고, (정비석 작가님의 특유의 19세 표현법이 적나라하게 표현이 된다. 이 책뿐만 아니라 모든 소설에서 비슷한 표현법으로 서술해놓았다.) 왕족이라고 하는 작자들의 숨어있는 내막은 별 볼 일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듯하였다.
또 여러 영웅 들이나 오는데 말로만 듣던 유방, 항우, 한신, 장량 등 이들이 갖고 있는 장점과 성품적으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알게 되어 내 나름대로의 인물들을 평가하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삼국지도 정말 재미있는데 그것과 동등한 순위에 있을 정도로 초한지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2. 소설 줄거리
위에서 말한 대로 진시황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배경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처음 주막 같은 곳에서 이름 모를 한 장사꾼이 본인의 자랑을 흠씬 늘어놓는다. 앞에 있는 이가 죽는소리를 해가며 돈벌이가 안된다느니 먹고 살 형편이 안된다느니 하자 돈 좀 만져본 그 장사꾼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품목들을 말해주며 이쪽 나라에서는 이것이 풍부하니 헐값에 대량 사서 저쪽 나라에서는 그 품목이 금값이니 비싸게 팔면은 떼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헌데 그때 뒤에 잠자코 누워있던 털이 희끗희끗한 한 노인이 '흥!' 거리며 코웃음을 친다.
자신의 장사 비결을 신나게 늘어놓던 장사꾼은 노인의 코웃음 소리에 빤히 바라보며 다가가 묻는다.
"아니 어르신 왜 웃으시오?" 이 질문에 노인은 아무 말없다가 답한다.
"뭣도 모르는 게 아는척하니 가소로워서 그러지" 이 말에 장사꾼은 이 노인의 술수가 비상하다 여겨 꼬치꼬치 캐묻는다.
"내가 무얼 모른다는 거요?" 하지만 쉽게 말해줄 노인이 아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아무 말이나 좀 해주시오 어르신" 장사꾼은 납작 엎드린다. 그제야 노인은 미소 지으며 슬쩍 흘려준다.
"최고의 장사는 사람장사이니라" 이소리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장사꾼은 노인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사람장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사람이 훗날 진시황의 아버지 되는 '여불위'라는 작자이다.
장사꾼 여불위는 자신의 나라에서 계집 중 가장 이쁘고 몸매가 좋고 누가 봐도 미인인 계집을 거느려 매일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그 미인인 계집을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잘 길들이기 시작한다. 그 여인에게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한다면 한나라의 태후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여불위의 첩은 광장한 음녀였기에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여불위의 간청에 승낙은 하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음녀의 기질 때문에 위태한 상황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이 여불위와 음녀인 '조희'라는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바로 '진시황'이 된다.
장사꾼 여불위는 조나라에 볼모로 붙잡힌 진나라 왕족인 '영이인'을 구해 친분을 쌓게 되고 그와의 친분을 빌미 삼아 자신의 첩 조희를 영이인에게 소개하여 맺어주게 되는데 이때 조희가 임신하여 낳은 자식이 진시황인 '정'인데 모든 사람들이 여불위의 자식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은 진시황이 되고 여불위는 승상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된다.
이것 말고도 여러 영웅들의 탄생 비화가 적혀있는데 유방과 항우, 한신, 장량 등 여러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세상을 바로잡으려 나서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나라가 시황제로 인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난 후 얼마 있지 않아 다시 흩어지며 전국시대로 돌입하게 되는데 그사이 너도나도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덤벼드는데 그중 하나가 항우이다. 항우는 장난 아니게 천하장사인데 본인의 강한 힘을 믿다가 자신의 교만함과 멍청함으로 인하여 망하게 되는데 삼국지의 여포와 비슷한 인물이다. 하지만 나의 견해로 말하자면 힘으로써 대결했을 시 여포보다는 항우가 조금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생각보다 유방은 애초 그런 것엔 일절 관심이 없었는데 근처 지나가던 사람이 그의 관인 후덕 한 관상을 보고 자신의 딸과 결혼을 시키며 나중에 왕이 되면 우리 딸을 왕후로 맞아달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 그에 유방은 웃으며 헛소리 말라는 듯 말하지만 정말로 그의 말대로 나중에 중국 최고의 지략가 장량과 군사 한신을 만나게 됨으로써 '한'나라의 왕인 '한고조 유방'이 만들어진다.
이 책에 없어서는 안 될 위인이 장량과 한신인데, 한신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의 부족함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장량은 초한지의 제갈량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인데 스승을 만나 중국 역사를 한 손에 좌지우지하는 그의 위력이 장난 아니게 멋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갈량보다 장량이 한수 위인듯하다.
이것 말고도 중국 역사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들이 적혀있는데 소설 형식의 얘기로 풀어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3.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는 정비석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초한지'가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적자고 한다면 조금 더 자세한 역사를 공부하셔서 7권쯤으로 늘려 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삼국지의 제갈량과 장량을 무척 좋아하는데 장량의 내용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4. 추천대상자
삼국지를 읽은 분 또는 읽지 않은 분들.
초나라와 한나라의 역사이야기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실 분들.
역사의 야한 자극적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초한지의 위대한 영웅들의 업적이나 삶의 과정들을 엿보실 분들.
전쟁의 기본을 다지실 분들.
5. 유사한 작품 추천
정비석 작가님의 작품으로는 손자병법과 삼국지, 연산군 정도가 있고
김진명 작가님의 고구려가 있다.
다른 역사 소설로는 천년 영웅 칭기즈칸, 광개토대제. 선덕여왕, 주몽, 태왕사신기 등이 있다.
'정비석의 소설 초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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