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술을 배우게 된 계기
'사조영웅전'의 소개글에서 못다 한 말을 이어하자면 나의 무술 입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부터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었던 탓에 건너편에 자리 잡은 비디오 가게를 매일매일 놀이터처럼 다녔었다.
제트맨, 후뢰시맨, 바이오맨, 그랑죠, 마스크맨, 울트라맨, 반달가면, 스필반 등 그 시대 때에 비디오 가게에서 흥행했던 만화영화 비디오는 거의 다 빌려 볼 정도로 비디오에 푹 빠져 보았던 것 같다. 비디오 집 아저씨는 나를 단골이라며 300~400백 원짜리 비디오를 100~200백 원에 싸게 해 준 기억이 있다. 또 연체가 되어서 몇십만 원이 걸려있던 금액도 다 없애주셨다.
물론 모든 캐릭터들을 다 사랑했지만 그런 영웅 비디오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드래곤볼의 손오공이다.
(솔직히 다른 캐릭터들도 다 멋있어서 누가 더 나은지 고르기가 참 힘들다.)
드래곤볼을 비디오로도 보고 투니버스에서도 보고 일반 정규 티브이에서도 보고 할 만큼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본 기억이 난다.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꼬리 달린 원숭이 손오공이, 어릴 때 모습은 정말 귀여운데 그때 내 키와 생김새가 똑같이 비슷했다. 그래서 그렇게 힘이 세지고 근두운을 타고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여의봉을 갖고 싶었고, 또 크리링 같은 친구와 함께 무천도사 같은 훌륭한 스승님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강해지고 싶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신체 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그냥 허울뿐이며 모든 인간은 내면이 강해져야 한다고 깨달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손오공처럼 힘세고 튼튼한 강인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걸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라 하려고 매우 노력했다. 그런데 손오공이 하는 저런 무술을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어떤 류의 권법인지 종목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쯔음이었나 추석인지 설날인지 특선영화 때였던 것 같기도 한데 이연걸의 황비홍과 성룡의 취권을 보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거기에 반한 나는 저게 바로 손오공이 배우는 무술인 것 같아 저걸 배우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소림사'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엄청 신나는 마음에 그때 바로 꿈을 결정하였다. 소림사로 가서 거기에서 무술을 배워 최고의 강한 사람이 되기로. 한데 물어봤더니 소림사는 우리나라에 없고 중국에 있는데 걸어간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소림사 무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 당시에는 없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쩔 수 없이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고등학생이나 성인이 되었을 때는 소림사에 가는 것을 목표로 무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중간의 어떠한 여러 가지 곡절로 인해 꿈이 바뀌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내가 무술에 입문하여 그만두게 되는 일까지의 이야기이다. 무술에 대한 나의 이루지 못한 꿈이 '사조영웅전'을 만나게 됨으로써 몸으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머리로 펼칠 수 있게 해 주었다.
2. 소설 줄거리
'신조협려'의 이야기는 전작인 '사조영웅전'을 발판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곽정의 라이벌인 악당 양강이 죽기 전에 목염자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갖게 하고 떠나는데 그 후 목염자는 혼자서 그의 아들을 키우게 된다. 그가 바로 신조협려의 주인공 '양과'이다.
같이 살던 어머니인 목염자도 세상을 떠나고 양과는 혼자서 거지꼴로 살다가 어떠 한 사건으로 인해 사조영웅전의 최고 빌런인 구양봉을 만나게 되는데 웃긴 게 그때 구양봉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물구나무로만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양과는 재밌게 여겨 따라 하게 되고 또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없었는데 자신을 도와주고 말도 통하는 구양봉을 아버지로 삶게 되며 무공도 배우게 된다. 그러다가 곽정과 황용을 만나 그들을 따라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곽정의 자식들과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게 되어 양과를 전진교에 보내게 된다. 양과는 아버지의 친구라는 곽정과 그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항상 반감을 갖고 아버지인 양강도 나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그들을 믿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어리고 약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반항을 하지 못하고 억지로 전진교의 구처기 밑에 맡겨지게 되는데.. 애초에 양강의 성격 기질을 닮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천방지축인 양과는 전진교에서도 사고를 치게 되며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무덤 속 석벽에 있는 얼음 미녀인 '소용녀'를 만나게 되며 거기서 같이 자라게 된다.
곽정도 부러웠지만 양과가 더 부럽다.
그곳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소용녀와 무공을 익히며 자라게 된다. 양과는 같은 문파 소속 사매인 소용녀를 여자로서 사랑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양과와 소용녀의 사랑이야기가 신조협려에서 제일 매료되는 부분이다. 소용녀가 차갑지만 얼마나 매력적이게 묘사되어 나오는지 나의 이상형이 소용녀로 바뀔 정도였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절대 쉽게 이어지지 않고 엄청난 우여곡절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루어질 듯 못 이루어질 듯하는 사건 사고들이 독자로 하여금 애간장을 태우게 만든다. 또 중간에 소용녀가 납치되어.. 처녀인 소용녀 팔뚝의 빨간 홍점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때에도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작가인 김용을 심하게 욕하고 책을 덮었다. 왜냐하면 처녀인 소용녀가 나쁜 놈들에게 순결을 빼앗기는 장면도 그렇지만 첫 순결은 양과와 맺어져야 한다고 가슴 졸이며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몇 분간 책을 안 보다가 다시 펼쳤는데 뒷내용에서 양과에게 감동을 받았다.
소용녀는 자신이 양과에게 순결을 빼앗긴 줄 알고 있는데 양과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용녀를 감싸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사랑해주었다.. 나였으면 화가 나서 소용녀에게 욕을 했을 것인데 양과를 보며 넓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나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양과는 나중에 커서 곽정과 그의 가족들을 다시 대면하게 되는데 거기서 곽정의 딸인 곽부와 말다툼을 하게 되는데 그 끝에 양과는 곽부에게 자신의 팔 한쪽을 댕강 잘리게 된다. 곽부의 악행으로 인해 책을 던지거나 찢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그의 영웅적인 면모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는데 어느 날 산속의 큰 독수리와 조우하여 같이 먹고 배우며 훈련하며 한 팔로도 중원무림을 충분히 휩쓸고도 남는 대단함을 보여준다. 떠나간 소용녀를 찾아다니며 착한 일만 골라가며 어려운 이들을 돕게 되는데 이로써 사람들에게 '신조대협'으로 불리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인해 양과는 자신의 아버지 와는 달리 정말로 진정한 무림의 '신조협'인 영웅으로써 살아가게 된다.
3. 아쉬운 점
나는 김용의 무협지를 거의 다 읽은 사람으로서 그중 '신조협려'가 제일 완성도가 높고 몰입도가 좋으며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물론 나머지 작품들도 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이 책만큼은 아닌 것 같다.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나의 관점이 소용녀와 양과의 캐릭터성과 사랑이야기에만 집중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머지 작품들은 좀 더 무협스럽고 무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조협려가 조금 더 나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결말 부분에 조금 더 소용녀와 양과의 이야기를 길고 자세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의도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겠지만 읽는 나는 목마름을 느꼈다.
4. 추천대상자
연애소설과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무협과 사랑의 합작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
무협지의 정석을 보고 싶으신 분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성품 좋은이 와 나쁜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되는지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소용녀의 매력에 빠져 보실 분들.
신조협려를 영상으로 보겠다 하시는 분들은 꼭 책을 읽고 난 뒤에 보시기 바라며 개인적으로는 2006년도 작품인 '유역비'가 나오는 신조협려를 추천한다. 조금이나마 소용녀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아서이다.
5. 유사한 작품 추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은 김용 작가님의 고전 정통 무협지이긴 하나 소용녀와 양과의 사랑이야기가 빠질 수없기에 내 생각에는 로맨스 소설의 역할이 상당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로맨스를 기반으로 만든 역사소설이면 거의 비슷할 것 같은데 소설에서 사랑이야기가 빠진 책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서 김용 작가님의 책중에서는 '동방불패', '녹정기'가 있고 조금 더 사랑을 쫓는 내용의 책은 '기욤 뮈소-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정도가 기억나고
만화책에서는 '배가본드'가 비슷한 것 같다.
'김용의 신조협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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